



바비큐 인문학(Barbecue Humanities)이라는 렌즈로 세상을 보면 경제학의 풍경이 달라진다. 불(火)은 인류 최초의 기술이었다. 요리(料理)는 인류 최초의 문화였다. 그리고 불 앞에서 함께 나누어 먹는 행위, 그것이 인류 최초의 사회였다.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는 불 앞에서 사회적 존재가 되었다. 불가는 최초의 광장이었고, 나누어 먹는 행위는 최초의 계약이었으며, 분배는 최초의 경제였다.
이 단순한 진실이 수백만 년의 역사를 관통한다. 로마 제국은 분배로 유지되었고 분배의 실패로 무너졌다. 중국의 왕조들은 분배를 지킨 왕조가 살아남았고 분배를 저버린 왕조는 교체되었다. 공산주의는 공정한 분배를 부르짓으며 공평하게 나누자는 꿈으로 야무지게 시작했지만 강제와 중앙 권력의 부패로 결국 무너졌다. 역사는 반복해서 같은 진실을 말한다. 분배가 문명을 유지하고 분배의 실패가 문명을 무너뜨린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생산경제학은 이 언어를 잊었다. 생산의 언어만 남겼다. 얼마나 만들 것인가,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 얼마나 효율적일 것인가? 그 결과가 지금 우리 앞에 있다. 넘쳐나는 재화와 굶주리는 사람들. 폭발하는 생산력과 무너지는 구매력. 성장하는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과 쪼그라드는 중산층. 기업의 초과이익은 주주에게, 플랫폼의 가치는 소수 기업에게, 공공 기술의 과실은 사유 자본에게 돌아간다. 나누어야 할 것들이 나누어지지 않고 있다.
이 책은 그 실마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분배경제학(Distribution Economics)의 선언이다. 생산경제학이 200년 동안 지배한 자리에 분배경제학이 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혁명이 아니다. 수백만 년 전 불가(Fireside)에서 당연했던 것으로의 귀환이다. 경제학자가 아닌 바비큐 인문학자가 쓴 경제학. 수식이 없는 경제학. 불과 고기와 연기의 언어로 쓴 경제학. 생산경제학의 시대가 끝나고 분배경제학의 시대가 시작되어야 한다.
시간의 흐름상 생산 이후에 분배가 일어난다. 사냥을 해야 고기가 생기고 고기가 생겨야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순서가 아니라 동기다. 왜 사냥에 나섰는가? 잡아온 것을 함께 나누어 먹는다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분배의 합의가 생산의 동기를 만들었다. 분배를 목적으로 사냥에 나섰던 40만 년 전의 인류에게 분배는 분명 먼저였다. 그렇게 분배경제학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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